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2022년 가을)
Chapter 02. 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방향이 몸으로 먼저 결정되던 시간, 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주말마다 정비 교육을 들으러 이동했습니다.
왕복 4시간 거리. 아침에 나서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고,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월요일 출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이상하게 그 이동 시간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용어는 낯설었고, 부품은 전부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왜 이게 돌아가고, 왜 여기서 멈추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그저 외워야만 하는 느낌이 들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로 계산하는 시간보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몸을 먼저 움직이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렇게 구동되는구나. 그래서 여기서 멈추는구나.'
블리딩 작업을 하며 자동차 정비와 비슷한 원리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기보다, 제가 이미 알고 있던 기획자로서의 사고방식이 자전거라는 다른 대상에 옮겨 붙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길, 생각보다 나랑 맞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급 정비는 늘 어려웠습니다. 적정 토크를 잘못 맞춰 나사산을 망가뜨린 적도 있었고, 휠빌딩(Wheel Building)을 할 때는 좌우 감각을 잡지 못해 한 시간 넘게 휠 앞에서만 머물던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작업을 하다 보면 목이 굳고 통증이 따라왔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감각이 머리가 아니라, 결국 '시간'이 알려주는 영역이라는 것을요.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건 2022년 가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날 갑자기 정비사가 된 건 아니었습니다.
매 주말 4시간을 이동하고, 실수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저는 이미 정비사가 되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분명합니다. 키보드를 완전히 놓기 전부터, 저는 이미 공구를 잡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챕터는 단순히 자격증을 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 인생의 방향이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결정되던 그 치열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