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정비

Chapter 01: 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R.HIKE BIKE & FE 2025. 12. 19. 14:27

 

14년 차 퍼블리셔이자 기획자, '리케'의 시작

 

웹 화면 속에서 길을 찾던 사람이 이제는 실제 도로 위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키보드 대신 공구를 들고, 코드 대신 케이블의 장력을 맞추는 삶.

 

이 글은 퍼블리셔이자 기획자로 살아온 시간과 자전거 정비사로 이어지는 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록입니다.

 

노트북의 코드와 자전거 공구가 공존하는 나의 새로운 책상 풍경

 

 

 

 

1. 화면 너머의 세계를 설계하던 시간들

 

퍼블리셔로 일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의 시안을 브라우저 위에 옮기는 일. 그 코드들이 의도대로 안착할 때의 쾌감은 오랫동안 저를 이 길에 머물게 했습니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저는 서비스 기획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습니다. 퍼블리싱을 넘어 기획과 디자인 파트를 총괄하며, 하나의 서비스가 태어나고 운영되는 전체의 메커니즘을 경험했습니다.

 

복잡한 로직과 API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일은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십수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일했고, 그만큼 익숙했습니다.

 

와이어프레임, 화면설계서와 코드가 보이는 작업용 모니터 화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의 전체 구조를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제 마음 한편에서는 더 '직관적이고 정직한' 무언가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습니다. 모니터 안의 데이터가 아닌, 손끝으로 만져지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늦은 밤, 텅 빈 사무실에서 홀로 빛나던 노트북 화면

 

 

 

 

 

2. 다시 잡은 핸들, 자전거는 정직했습니다

그 시기에 다시 손에 넣은 것이 자전거였습니다.

안장에 오르자 국토 종주와 장거리 라이딩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습니다.

 

자전거는 참 정직한 도구였습니다. 밟은 만큼 나아가고, 관리한 만큼 응답했습니다.

 

탁 트인 도로 위, 나에게 새로운 답을 준 자전거

 

 

 

라이딩이 잦아질수록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비'로 이어졌습니다.

  • 미세한 소음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
  • 어긋난 변속의 타이밍을 바로잡는 일
  • 작은 세팅 차이로 주행감을 완전히 바꾸는 순간들

기획 팀장으로서 서비스의 병목 현상을 찾아 해결하던 본능이 자전거 정비에서도 깨어났습니다. 정비 역시 결국 '기준'과 '논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것은 취미를 넘어 하나의 '기술'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정밀한 세팅을 하고 있는 정비사의 손길

 

 

 

 

 

3. Rhike : 타고, 오르고, 굴러가다

2022년 겨울,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제 도전은 구체화되었습니다.

 

2022년 겨울에 취득한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

 

 

 

 

브랜드 이름은 **'리케(Rhike)'**로 정했습니다.

Ride / Hike / Bike
타고, 오르고, 자전거와 함께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담았습니다.

브랜드 'Rhike' 로고 스케치

  

 

 

 

지난 14년 간의 경험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은 제가 만드는 브랜드의 가장 단단한 토양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기획 팀장으로서의 경험과 정비사의 시각을 결합해, '정비사가 실제로 쓰고 싶은 자전거 앱'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비와 개발은 지금도 제 안에서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고 있습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아직 속도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아갈 방향은 분명합니다.

'리케'라는 이름으로 자전기를 고치고, 그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기록하며, 제가 가진 기술로 라이더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그 모든 과정의 기록장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