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5] 겨울, 정비사는 멈추지 않는다 : 전업을 위한 빌드업(Build-up)
Phase 02.
로컬에서 서버로 배포하다 (Deployment)
퇴사 직후 맞이한 첫 겨울
2026년 1월.
창밖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고, 자전거 도로는 텅 비었다. 자전거 업계에서 겨울은 ‘비수기’라 불린다. 라이더들은 자전거를 거치대에 걸어두고 동면(Winter sleep)에 들어가며, 샵의 매출 그래프는 우하향을 그린다.
퇴사 직후 맞이한 첫 겨울. 보통의 사람이라면 불안감을 느꼈을 시기다. 고정 급여(Monthly Subscription)가 끊긴 상태에서 트래픽(손님)이 없는 계절을 버텨야 하니까. 하지만 개발자 관점에서 이 시기는 ‘무직’ 상태가 아니다. 서비스 정식 오픈 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기능을 개선하는 ‘유지보수 기간(Maintenance Window)’이다.
나는 이 고요한 시간을 활용해 두 가지 핵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드웨어의 확장,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 승용차에서 워크스테이션으로
지난 3년간의 부업 시절, 나의 이동 수단은 일반 승용차였다. IT 용어로 치자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단계였다. 출장 정비를 다니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명확한 한계점(Bottleneck)이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픽업(Pick-up)’ 프로세스의 부재였다. 현장에서 수리가 불가능한 중정비 건이 발생하면, 자전거를 실어 작업실로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승용차 뒷좌석에 기름때 묻은 자전거를 구겨 넣는 건, 마치 텍스트 전용 데이터베이스에 대용량 동영상 파일을 억지로 밀어 넣는 것만큼이나 비효율적이고 위험했다. 시트가 찢어지거나 자전거 프레임에 스크래치가 날 위험(Bug)이 상존했다.
전업으로 전환한 이상, 더는 트래픽 처리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됐다. 나는 과감히 승용차를 처분하고 중고 스타렉스 밴을 구매했다.

운전석 뒤쪽의 텅 빈 적재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차가 아니다. ‘이동형 서버(Mobile Server)’이자 ‘워크스테이션’이다. 이제 현장 수리가 안 되면 자전거를 통째로 실어 오면 된다.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동시에 처리하는 ‘배치 프로세싱(Batch Processing)’도 가능하다.
차량 내부에 공구함을 고정하고, 정비대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했다. 고객에게 "차에 안 실려서 못 가져갑니다"라는 예외 처리(Exception Handling)를 할 필요가 사라졌다. 이것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넘어가는, 인프라의 확장이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 나만의 관리 시스템 개발
하드웨어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를 손볼 차례다.
부업 시절에는 수기 장부나 엑셀을 썼다. 하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검색 속도는 느려졌고, 정산 로직은 꼬였다. 무엇보다 ‘개발자 출신 정비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을 안고 2026년의 봄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작업실 책상에 앉아 익숙한 아이콘, VS Code(Visual Studio Code)를 실행했다. 기름때 묻은 손을 씻고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목표는 명확했다. ‘출장 정비 전용 정산 및 고객 관리 시스템(CRM)’ 구축.
"자전거 정비 이력을 기록하고, 부품 재고와 연동해 월별 예상 수익을 시뮬레이션한다."
직접 모든 코드를 짤 필요는 없었다. 내겐 든든한 사수, 생성형 AI가 있었다. 프롬프트 창에 필요한 기능 명세(Spec)를 입력했다.
"React 기반으로 Supabase를 연동해서 날짜별 정비 내역을 저장하고,
대시보드로 시각화하는 코드를 짜줘.
UI는 직관적이어야 해."
AI가 뱉어내는 코드를 검수하고, 내 비즈니스 로직에 맞게 디버깅했다. 기존에 시중에 나온 앱이나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내 워크플로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불필요한 기능을 걷어내고, 정비사에게 딱 필요한 핵심 기능(Core Logic)만 남겼다.
- 고객별 자전거 스펙 DB화: 차대번호, 구동계 종류, 최근 정비일.
- 자동 정산 모듈: 공임비와 부품비를 입력하면 마진율을 계산해 금월 순수익 자동 산출.
사흘 밤낮으로 키보드 소리로 채웠다. 코드가 컴파일되고, 로컬 호스트 화면에 나만의 시스템이 떴을 때의 쾌감. 자전거 변속 트러블을 잡았을 때와는 또 다른, 익숙하고 짜릿한 맛이었다. 이제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면, "잠시만요, 장부 좀 찾고요" 대신 모니터 화면에서 즉시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다.
배포 준비 완료 (Ready to Deploy)
창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지만, 내 작업실의 온도는 달랐다. 주차장에는 언제든 출동 가능한 스타렉스가 대기 중이고, 모니터에는 내가 직접 설계한 관리 시스템이 구동되고 있다.
비수기는 멈춰있는 시간이 아니다. 다가올 성수기의 폭발적인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스케일 업(Scale-up)’의 시간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봄바람이 불고, 라이더들이 쏟아져 나오기만 하면 된다. 2026년 시즌, 내 서비스의 배포(Deployment)는 성공적일 것이다.

다음 이야기 미리보기
Chapter 06: 하드웨어(차량)와 소프트웨어(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모두 마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도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개발 용어로 말하자면, 이제 진정한 '배포(Deploy)'와 '트래픽(Traffic) 유입'의 시간입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봄 시즌의 시작과 함께, 개발자의 또 다른 무기인 '검색 최적화(SEO)'와 '데이터 마케팅'을 활용해 어떻게 고객을 내 앞으로 끌어왔는지, 그 치열한 '서비스 런칭(Go-Live)' 현장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