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ike 이야기6 [Chapter 05] 겨울, 정비사는 멈추지 않는다 : 전업을 위한 빌드업(Build-up) Phase 02. 로컬에서 서버로 배포하다 (Deployment) 퇴사 직후 맞이한 첫 겨울 2026년 1월.창밖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고, 자전거 도로는 텅 비었다. 자전거 업계에서 겨울은 ‘비수기’라 불린다. 라이더들은 자전거를 거치대에 걸어두고 동면(Winter sleep)에 들어가며, 샵의 매출 그래프는 우하향을 그린다. 퇴사 직후 맞이한 첫 겨울. 보통의 사람이라면 불안감을 느꼈을 시기다. 고정 급여(Monthly Subscription)가 끊긴 상태에서 트래픽(손님)이 없는 계절을 버텨야 하니까. 하지만 개발자 관점에서 이 시기는 ‘무직’ 상태가 아니다. 서비스 정식 오픈 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기능을 개선하는 ‘유지보수 기간(Maintenance Window)’이다. 나는 이 고요한 .. 2026. 1. 19. [Chapter 04] 가설과 현실 사이 : 진짜 ‘업(業)’의 무게를 계산하다 Phase 01.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0. 손끝에 감각이 붙고, 기름 냄새가 익숙해지는 과정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취미'의 영역을 넘어 이것을 진짜 내 '업(業)'으로 삼겠다고 다짐한 순간, 마주한 현실은 감각적인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4년 넘게 웹 퍼블리셔이자 서비스 기획자로 살며 '책상 위의 논리'로 세상을 보던 제게, 정비 현장은 매 순간 냉혹한 판단과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실전 데이터 그 자체였습니다. “이 기술로 내 삶의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챕터는 제가 정비를 실제 '생계 수단'으로 진지하게 검토하며 마주했던 물리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기록입니다. 1. ‘Ctrl + Z’가 없는 물리적인 세계기획을 하고 코드를 짤 때는 모든 것이 논리적인.. 2026. 1. 14. [Chapter 00] The Dev-Mechanic 퍼블리셔이자 서비스 기획자에서 자전거 정비사로The Dev-Mechanic 이 글은 웹 퍼블리셔로 일하며 화면과 구조를 만들고, 서비스 기획자로 사용자 흐름과 운영을 고민하던 제가 자전거 정비라는 전혀 다른 현장으로 들어오게 된 과정을 기록한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오랜 시간, 저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정리하고, 사용자가 겪는 불편을 구조로 해결하는 일을 해왔습니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서만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고치고,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하는 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이 선택은 직업을 바꾸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동한 기록에 가깝습니다.이 시리즈에서는 퍼블리셔이자 서비스 기획자의 시선으로 일의 구조를 해석하고, 정비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관찰하며.. 2025. 12. 26. [Chapter 03] 손으로 일하는 삶의 문턱에서 Phase 01.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 숫자 대신 감각으로 하루를 기억한다는 것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비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요. 다만, 그때부터 하루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하루를 숫자와 일정으로 기억했다면, 이제는 손에 남은 감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코끝에 남은 기름 냄새, 렌치를 돌릴 때의 미세한 저항, 체인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의 경쾌한 소리. 아직은 익숙하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런 장면들이 하루의 끝에 선명하게 남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의 이해와 몸의 숙련 사이모든 것이 느렸습니다. 생각보다 손은 말을 듣지 않았고, 한 번에 끝낼 것 같던 작업도 몇 번.. 2025. 12. 26. [Chapter 02] 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2022년 가을) Phase 02. 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방향이 몸으로 먼저 결정되던 시간, 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주말마다 정비 교육을 들으러 이동했습니다. 왕복 4시간 거리. 아침에 나서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고,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월요일 출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이상하게 그 이동 시간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용어는 낯설었고, 부품은 전부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왜 이게 돌아가고, 왜 여기서 멈추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그저 외워야만 하는 느낌이 들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로 계산하는 시간보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몸을 먼저 움직.. 2025. 12. 22. [Chapter 01] 웹 퍼블리셔, 자전거를 고치기 시작하다 Phase 01. 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웹 화면 속에서 길을 찾던 사람이 이제는 실제 도로 위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키보드 대신 공구를 들고, 코드 대신 케이블의 장력을 맞추는 삶. 이 글은 퍼블리셔이자 기획자로 살아온 시간과 자전거 정비사로 이어지는 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록입니다. 1. 화면 너머의 세계를 설계하던 시간들 퍼블리셔로 일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디자이너의 시안을 브라우저 위에 옮기는 일. 그 코드들이 의도대로 안착할 때의 쾌감은 오랫동안 저를 이 길에 머물게 했습니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저는 서비스 기획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습니다. 퍼블리싱을 넘어 기획과 디자인 파트를 총괄하며, 하나의 서비스가 태어나고 운영되는 전체의 메커니즘을 경험했습니다. 복잡한 로직과.. 2025. 12. 19.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