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퍼블리셔3 [Chapter 04] 가설과 현실 사이 : 진짜 ‘업(業)’의 무게를 계산하다 Phase 01.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0. 손끝에 감각이 붙고, 기름 냄새가 익숙해지는 과정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취미'의 영역을 넘어 이것을 진짜 내 '업(業)'으로 삼겠다고 다짐한 순간, 마주한 현실은 감각적인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4년 넘게 웹 퍼블리셔이자 서비스 기획자로 살며 '책상 위의 논리'로 세상을 보던 제게, 정비 현장은 매 순간 냉혹한 판단과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실전 데이터 그 자체였습니다. “이 기술로 내 삶의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챕터는 제가 정비를 실제 '생계 수단'으로 진지하게 검토하며 마주했던 물리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기록입니다. 1. ‘Ctrl + Z’가 없는 물리적인 세계기획을 하고 코드를 짤 때는 모든 것이 논리적인.. 2026. 1. 14. [Chapter 03] 손으로 일하는 삶의 문턱에서 Phase 01.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 숫자 대신 감각으로 하루를 기억한다는 것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비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요. 다만, 그때부터 하루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하루를 숫자와 일정으로 기억했다면, 이제는 손에 남은 감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코끝에 남은 기름 냄새, 렌치를 돌릴 때의 미세한 저항, 체인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의 경쾌한 소리. 아직은 익숙하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런 장면들이 하루의 끝에 선명하게 남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의 이해와 몸의 숙련 사이모든 것이 느렸습니다. 생각보다 손은 말을 듣지 않았고, 한 번에 끝낼 것 같던 작업도 몇 번.. 2025. 12. 26. [Chapter 02] 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2022년 가을) Phase 02. 키보드 대신 공구를 잡다 방향이 몸으로 먼저 결정되던 시간, 자전거 정비사 1급 도전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주말마다 정비 교육을 들으러 이동했습니다. 왕복 4시간 거리. 아침에 나서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고,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월요일 출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이상하게 그 이동 시간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용어는 낯설었고, 부품은 전부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왜 이게 돌아가고, 왜 여기서 멈추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그저 외워야만 하는 느낌이 들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로 계산하는 시간보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몸을 먼저 움직.. 2025. 12. 22.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