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있던 날.
하루 전날인 수요일 배민에서 광고 문자가 왔었다.
"경기 당일 AI배차 모드로 배민1 목표건수를 달성하고 12,000원을 받으세요!"
달성 조건은 AI배차 모드로 수도권 남부에서 17:00 ~ 23:59 5건 이상 달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5건쯤이야 우습지 호기롭게 나가 보기로 했다. 큰 오산이었다, 쉴 걸.
배달하기 전 자전거 세팅
나가기 전, 지난 포스팅에서 가방을 메고 다닐지, 자전거에 장착하고 다닐지 고민했었다. 결국 자전거에 달기로 결정했고, 리어랙과 가방 틀을 세워 줄 네트망을 구매했다. 리어랙과 고정끈은 스마트스토어에서 미리 배송을 준비해 뒀고, 가방 안 쪽 벽을 세워 줄 네트망은 다이소에서 조달했다.
나의 자전거는 TITICACA FLIGHT D16이라, 리어랙은 티티카카몰에서 구매했다.
포장은 TITICACA가 새겨진 비닐에 잘 포장되어 왔다. 박스 크기나 랙이 흔들릴 일은 없어 괜찮아 보였다.
비닐은 테이프로 칭칭 감싸져 있어서 테이프를 뜯어내니 재사용은 어려워져서 조금 아쉬웠다.
티티카카 프리미엄 리어랙은 상태가 좋은 편이다. 도장도 깔끔하고, "나 프리미엄이야"라는 느낌을 주는 듯했다.
6각 렌치 M5 또는 M6 규격이 있으면 쉽게 해체 및 조립이 가능하다.
조립은 유튜브 참고해서 설치했는데 어렵지 않다.
설치가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 보시길.
리어랙 설치를 마치고, 가방 안 쪽에 다이소에서 사 온 네트망을 설치해 주었다.
네트망은 네 개를 샀는데,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아, 정면/좌/우 측만 케이블 타이로 고정시켜주었다.
정면은 33cm x 26cm로 가로로 놓고, 좌/우는 29.5cm x 29.5cm로 배치하니, 튼튼하게 가방을 자립시켜주었다.
이렇게 설치를 마치고,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한 뒤 들뜬 마음으로 호기롭게 월드컵 한국전 대비 배달을 나가 보았다.
한국전이 있던 날 배민 라이딩 과연 잘 될까?
저녁 7시 호기롭게 나간 거치곤, 20여분 동안 콜이 없었다. 체감상 AI배차는 초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너무 안 들어오는 것 같아 쿠팡 이츠를 함께 켜서 슬슬 돌아다니다 보니, 쿠팡 이츠에서 피자 주문이 먼저 들어왔다.
가까운 거리여서 금방 갔는데, 조리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라이더들도 들어와 함께 기다렸다. 그중 오토바이로 배달하시던 분이 자전거는 콜 많이 들어오냐고 물어보는데, 별로 안 들어온다 하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자신의 콜을 보여주었는데 콜이 10개 이상 들어오는데 대부분 치킨집이라 거절 중이라고 했다. 왜 거절하지? 생각했었는데, 이후에 알 수 있었다.
20여분이 지나자, 피자 조리가 완료되었는데 가방을 보니 들어가지 않는다. 헐! 다행히 500미터 거리라 한 손에 들고 조심조심 배달을 완료했다. 쿠팡은 이벤트가 없는지 2900원이라는 배달료가 적립되었다. 배달을 완료하니 그제야 배민 콜이 잡혔다. 대략 나온 지 50여분이 지난 상태에서 첫 콜이 잡힌 거였다. 이 정도면 거의 콜사 수준인 듯싶다.
치킨 배달, 치킨이야 뭐 가볍고 국물도 아니고 사고 날 일 없겠지 생각했고 거리가 가까워 일단 수락했다. 아까 만난 오토바이 라이더가 한 말이 뭔지 도착해서 깨달았다. 조리가 밀려 있었다, 홀 직원에게 내 순서가 언제인지 물어볼 틈도 없이 바빠 보였다. 홀 직원의 대답은 내 순서가 한참 뒤라는 거였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30분쯤 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콜 취소를 누르러 앱을 켰다. 그런데 앱에 취소 버튼이 없다. 음..
결론적으로 배민은 콜 취소를 할 수가 없다. 꼭 필요한 경우 고객센터 문의를 통해 이유를 설명하고 취소해야 한다는데, 고객센터도 패닉 상태인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다. 치킨집 사장님에게 내 콜을 취소하고, 콜을 다시 잡으시라고 요청했는데, 사장님 화면에도 취소 버튼이 없다. 와.. 배민은 취소가 안 된다. 그냥 기다려서 배달을 하거나, 앱을 지우고 도망가거나..?
아.. 이래서 치킨집을 거절한다는 거였구나 깨달은 순간은 이미 늦은 상태였다.
취소도 안돼, 고객센터도 연락이 안돼 어쩔 수 없이 강제 대기하다 보니 조리가 완료되었다. 조리 지연만 1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래 어쩌겠어 내 팔자를 탓하자 하고 출발했다. 배달을 완료하고 보니 어느덧 축구 시작시간이 다 되었다. 오늘 겨우 2건 했는데 두 시간이 흐른 상태다. 수익은 쿠팡 2900원, 배민 6000원. 이마저도 보험료 빼면 5천 원도 안 될 수익이다.
한국전 당일 이벤트 5건 이상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무리였다. 아무래도 콜을 중복으로 잡아야 그나마 될까 싶지만 그마저도 초보인 나에겐 아직 어려운 일이고, 꼬이면 더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다음 날 보니 배민 배송 지연으로 기사가 여럿 뜨는 걸 보니, 기다리던 사람도 배달하는 사람도 고객센터 직원도 모두 참 힘들었을 하루였겠다 싶었다. 나는 애초에 운동삼아 하는 거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배달을 업으로 하시는 많은 분들은 참 힘들었을 것 같아, 괜스레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업주들도 감당하지 못할 주문은 배달 요청 정지 처리를 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요청을 받으면 좋을 거 같다. 너무 욕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배민도 쿠팡이츠처럼 콜 취소가 있으면 좋겠다. 네이버 카페 "배달 세상"에도 많은 분들이 피해를 보시며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모두 콜 취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가나전, 오늘은 과연 어떨까
이 포스팅을 쓰는 오늘은 11월 28일 월요일이다. 오후 10시에 조별리그 H조 한국 대 가나의 조별 경기가 있다.
지난주 한 번 쓴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오늘 배민 커넥트는 망설여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가 오는 날이라 오늘은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또 모르겠다. 한 번 큰 실수를 했으니 오늘은 배민 고객센터도 뭔가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저녁이 다가올 때까지 나갈지 말 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배달을 하시는 모든 분들(나 포함) 오늘 처럼 비가 왔다 갔다 하는 날 길도 미끄러우니 항상 안전 운행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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