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네이버 블로그가 20주년을 맞으면서, 내건 캐치프라이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라는 문장이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무언갈 기록하기 시작한 건 아마 싸이월드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당시에 싸이월드가 아니더라도 조금 다르지만 다모임, 아이러브스쿨 같은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싸이월드의 인기가 점점 식어가고 자연스럽게 무언갈 써서 남기는 활동은 페이스북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계속 휘발되는 SNS는 내게 맞지 않았고 2000년 초반 다시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시작은 아니었다. IT 업무를 시작하면서, 설치형 워드프레스에 관심이 생겼고 조금은 전문 기술을 사용해서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몇 년 가진 못했다. 애초에 나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 어떤 목적이 있지 않았던 것이 접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러다 기록에 대한 목적이 생긴 건 첫째가 생겼을 때였다.
기록할 때 필요한 몇 가지 동기부여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첫 번째 동기부여는 첫째의 성장과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날) 일들에 대해 기록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 삶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오래된 사진 앨범, 부모님과 일가친척, 나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에 의해 전해 들을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점점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나 스스로 기록을 했다면 모를까.
어쨌든 되돌아본 나의 인생에서 이렇다 할 기록이 없다는 건 조금은 아쉬운 일이었고, 지금이라도 오래 기록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첫째가 생긴 것이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육아 기록에 대한 목적을 가지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태중부터 출산 후 첫째가 4살이 되던 해까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기록했다. 그러다 둘째가 생기고 잠깐 바빠진 상황에 기록을 소홀하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시작하게 된 두 번째 동기는 스마트 스토어, 쿠팡 스토어 온라인 판매 사업을 시작하면 서다. 무언가 일을 시작할 때, 급격하게 바뀌는 방향이나 결정이 있는데, 그 상황을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완성되었을 때 뒤를 돌아보며 어떤 때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업에 대한 기록을 블로그에 하진 않았다. 노션이나 컨플루언스에 따로 기록하였고, 블로그를 다시 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습관을 갖기 위해서였다.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
쉬운 것부터 시작했다. 맛있게 먹었던 식당, 기억에 남는 장소 등을 기록했다. 바쁜 일상에서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템플릿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포스팅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그렇게 한 1년을 운용하다가, 최근 주말까지 바빠지면서 한 두어 달 쉰 것 같다.
블로그를 해야 하는 세 번째 동기부여는 여전히 부수입에 대한 기대감이다. 2010년 즈음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고 육아일기를 쓰면서 애드 포스트 조건을 맞췄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의 수익금이 아니어서 금방 잊고 지냈다. 정말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의 수익을 보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바로 결실을 맺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닫는데 아주 올래 걸린 것 같다. 잘 몰랐기도 했고.
약 1년 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https://blog.naver.com/jibro_steady/222940626012
이 글을 쓰기 전에도 N잡러로 살아왔지만, 이때가 본격적으로 N잡러로 살려고 마음먹었던 시기이다. 일을 하고, 사업을 벌이고, 또 다른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단계. 그중 어떤 것은 버려졌고, 어떤 것은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지나가 버린 나의 시간들은 잊힐 것이다. 그래서 기록해야 하고, 꾸준한 기록은 나의 인생에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의 등대지기가 되어준다.
지금은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에 대한 것은 컨플루언스와 노션, 피그마에 기획하고 있다. 플랫폼이 어디든 기록은 계속되어야 한다. 일처럼 하고 있지만 일상처럼 해야 한다. 언젠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 블로그가 홍보의 대상으로 쓰일 지도 모르겠다.
"기록이 쌓이면 뭐가 된다" 라는 문장은 기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준비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쌓이면 시너지가 발생하고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무언가(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끝까지 가지 않았고 가는 과정 중에 있다.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끝나지 않는 동굴 속에 있는 느낌이지만, 단계별로 하나하나 밟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지 않겠나 하는 미련한 고집을 가지고 꾸준히 내딛고 있다.
꿈 없이 살지 말고, 꿈을 가지고 다가가기 위한 삶을 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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